
지난 2025년 10월 24일, 공연예술계에 깊은 슬픔을 안겨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20대 성악가 A씨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프리랜서 예술노동자들이 처한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제도적 보호의 부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의 사고는 재작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오페라 리허설 중에 발생했습니다. 그는 코러스 단원으로 참여하던 중 약 400kg이 넘는 무대 장치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고, 사고 직후부터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은 공연 준비로 분주했으며, 무대 장치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안전통제나 인력 간 신호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무대 장치는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그 무게와 크기 때문에 항상 물리적 위험이 뒤따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나 관리 시스템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에도 A씨가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언론은 “공연 중 발생한 명백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산재 인정이 지연되거나 불승인된 상태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예술인이었기 때문에, 정규직 근로자처럼 명확한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산재보상 체계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A씨는 사고 이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갔지만, 의료비와 생활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극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았습니다. 오랜 기간 병원에 머무르며 재활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언론은 그의 사망 원인을 두고 “제도적 지원의 부재가 불러온 비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사고 전까지 다수의 공연과 오페라에 참여하며 성악가로서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고,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공연예술계의 특성상 장기 고용이 아닌 프로젝트 계약 형태로 일해 왔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이나 고용보장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공연예술인 다수는 짧은 계약과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연 단체나 제작사와 계약을 맺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종료되며,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예술노동자는 사고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현실에 놓이게 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 인정 여부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인지가 핵심입니다. 그러나 공연예술인은 정규 근로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 수행자’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관계 기관에서도 “공연예술인의 계약 구조가 복잡하고, 제작사·무대장치업체·프리랜서 간 관계가 불분명해 산재 판단이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실을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습니다. “공연예술계는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피해자가 스스로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 구조”라며 “산재 인정이 늦어지면 피해자는 치료비 부담과 소득 상실로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A씨 역시 산재 승인 절차가 지연되며 생활비와 병원비 부담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대와 리허설 현장은 겉보기보다 훨씬 위험한 공간입니다. 조명, 음향, 장치 등 수백 kg의 기계 장비가 수시로 움직이고 설치되는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공연 전 리허설은 완벽한 연출을 위해 반복적으로 진행되지만, 예산과 일정에 쫓겨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연예술계의 열악한 제작환경이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연예술인들의 안전관리와 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연은 예술이자 동시에 노동의 결과물입니다. 예술가들이 무대에서 활동하는 동안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가 문화예술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공연예술인 산재보험 적용 확대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지만, 여전히 제도적 한계가 남아 있습니다. 프리랜서 형태의 예술인이 전체 예술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이들은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신청 절차가 매우 복잡합니다.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현장의 행정 절차나 예술인 등록 과정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예술현장 관계자들은 “공연예술인도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며 “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예술 활동 중 발생한 사고는 모두 산재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연제작사, 무대장치업체, 공연장 운영자 등 여러 주체가 안전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또한 무대 뒤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뒤에는 수많은 스태프, 기술자, 예술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노동의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과 생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사고가 나면 개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번 사고 이후, 현장 안전 매뉴얼을 강화하고 무대 장치의 설치 및 이동 과정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량물 이동 시에는 안전담당자의 통제와 인력 간 신호체계가 필수적이며, 이를 규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술인 복지와 산재보상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 예술인의 죽음이 공연예술계 전체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A씨의 죽음은 한 사람의 꿈이 꺼진 사건이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예술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젊은 예술가였지만, 동시에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겪은 사고와 그 이후의 고통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제도의 부재가 만든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꺼진 뒤의 무대는 언제나 조용하지만, 그 위에는 여전히 위험과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예술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예술의 가치 또한 온전히 지켜질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공연예술인의 안전관리 강화와 산재보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더 이상 “예술인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제도 밖에 머무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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